[6집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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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상어]에 이어, 그에게 있어 6번째 솔로 앨범인 [해빙]은 더욱 깊고 넓어진 조규찬의 음악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앨범 수록곡 거의 전부를 조규찬이 직접 작사・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음악적 색채에 있어서는 포크와 록적인 측면이 퇴색하고 발라드와 소울, R&B의 색채가 더욱 가다듬어져 있다. 타이틀곡-이자 이 앨범에서 유일한 번안곡-인 ‘Baby baby’에서 이러한 경향은 확연히 드러난다. 앨범 전반에서 드럼을 될 수 있는대로 배제하고 베이스로 톤을 유지하고 있는 점, 기타와 키보드를 전반적으로 활용하며 부천시향이 연주한 스트링라인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최소한의 악기 편성으로 충분히 비워진 공간은 조규찬의 천의무봉한 목소리와 수려한 코러스 라인이 차지하고 있다. [해빙]을 들으면서 우리가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가장 인간의 본연에 가까운 사람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노래에 자신있는 뮤지션이 아니라면 시도하기 힘든 일이다.

가사의 측면에 있어서도 조규찬의 특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가슴 벅찬 사랑과 눈물겨운 이별의 순간을 노래하는 것은 일반적인 대중음악의 공통된 주제이지만, 조규찬의 노래에서는 그 감정의 흐름을 절묘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또한 다층적 의미의 상징적인 가사들도 여전히 하나의 구조를 이루며 앨범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앨범의 중반과 종반에 자리잡은 곡들인 \'울타리(family)\'와 ‘∽(무한대)’, ‘기도’, ‘취했다는 증거’은 강한 비트가 인상적인 넘버들이다. The Godchild가 만들어낸 비트 위를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조규찬의 보컬은 래프팅의 짜릿함을 방불케 한다. ‘비가’와 ‘Kiss\', ‘이럴 때 생각나’ 등에서 만날 수 있는 환상에 가까운 멜로디는 작곡가로서의 뛰어난 팝적 감각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곡이다. 마지막 트랙인 ‘조난’에서는 다소 색다른, 더욱 깊고 넓어진 조규찬의 목소리와 조우하게 되는데, 그가 북클릿의 마지막에 적어놓은 Epilogue와 깊은 연관을 지닌 곡으로, 김동률과 토이의 몇몇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으로 다가선다.

조규찬-을 비롯한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의 음반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앨범을 듣는 기쁨이다. 두어곡 정도만 들을만한 음반이 아닌, 앨범을 걸어놓고 계속 반복해서 들어도 좋은 앨범을 만난다는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조규찬의 [해빙]은 커다란 기쁨을 담고 있는 소중한 음반이다.

출처:http://chang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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