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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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90년대 대변 두 싱어송라이터 화려한 \'재기\'음반
함춘호의 환각적인 슬라이드 기타음를 배경으로 깔고서 "그대는 나의 짙은 슬픔을 흔들어 깨워 환한 빛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라고 하덕규가 읊은 것은 86년 봄이었다. \'시인과 촌장\'이라는, 다소 기이한 이름의 듀오 그룹을 통해 (그때는 두명이 이룬 팀이 유행했다) 신선한 내음을 유감없이 뿜어낸 이 싱어송라이터는 한장의 앨범을 끝으로 유명을 달리한 유재하와 더불어 들국화·김현식이 굵게 기록하기 시작한 언더그라운드의 영광시대 에 섬세한 터치를 덧붙였다.

그리고 89년 유재하를 추모하는 신인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에서 자신이 만든 \'무지개\'라는 노래로 그랑프리를 받고 이듬해인 90년 \'새바람이 오는 그늘\'이라는, 역시 특이한 이름의 트리오 밴드의 앨범을 통해 데뷔한 조규찬의 네번째 솔로 앨범이 여기 있다.

하덕규와 조규찬, 어쩌면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그러나 80년대와 90년대라는 다른 시대의 호흡을 반영하고 있는 두 싱어송라이터의 신작은 스타 시스템의 아수라장 속에서 예전에도 그랬듯이 목청을 높여 주장하는 주접을 떨지 않는다. 하덕규는 80년대 후반부터 종교적인 영감으로 가득한 일련의 앨범을 발표했고 그가 \'믿음\'의 명상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그만큼 대중들 과는 조금씩 멀어지고 잊혀져갔다.

그런 그가 이번 앨범 \'집\'의 서두에서는 눈을 부릅뜨고 \'경제성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질타와 분노의 언어를 토해낸다. 바로 \'이 날에\'라는 노래다. 그러나 나머지 트랙은 다시 경건한 교회에 앉아 기도하고 묵상하는 그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린다.

두번째 앨범부터 시인과 촌장에서 발아한 몽환적인 상상력에 흑인음악의 강렬한 리듬감을 교배시켜온 조규찬의 신작이 꼭 5분에 이르는 \'비둘기야 비둘기야\'로 여는 것 또한 재미있다.

차세대의 대표주자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93년의 데뷔 앨범 이후 사실상의 흥행 실패를 거듭했던 이 불우한 재기는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이 득의의 기타연주를 보여주는 이 한곡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한다.

하덕규의 신작이 그랬듯 조규찬의 이번 앨범도 두번째 트랙부터는 이상하게도 자신의 음악적 고정관념으로 되돌아간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발라드와 힙합의 리듬들. 8부 능선에서 멈춘 이 두 앨범이 바로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초상인 것 같아 안타깝다

댓글목록

박근원님의 댓글

박근원 작성일

예전에 이사오면서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하덕규씨는 아니구 조덕배씨의 3집 테잎하나가 있는걸 발견했죠........ 그 테잎이 무슨 사연으루 우리집에 은신(?)하게 되었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꿈에'라는 곡이 있는걸 발견하고 들었던 기억이 있어여... 그 때쯤 듣고 있던 노래들에 많이 염증을 느꼈을 때였던 지라... 정말 새롭게 들렸었고... 오래된것이 더 새로울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하덕규씨 음악들도 그렇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