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된 R&B…낯선 즐거움 선사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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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의 ‘Baby Baby’



수년 전부터 가요계에는 R&B가 대유행이다. R&B라고 하면 일단끈적끈적한 분위기, 오르락 내리락 하며 길게 잡아 늘이는 음과 이른바 ‘흑인적’인창법을 떠올린다. ‘이제는 노래 좀 한다’ 하는 사람이라면 너나없이 자연스럽게 구사할 정도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조규찬의 새 노래 ‘Baby Baby’는 낯설다. 노래는 코러스로 시작된다. 그것도 끈적끈적한 코러스가 아닌, 여느 팝 발라드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코러스다. 창법 역시 R&B적이기는 하지만 흔히 듣는 R&B는 아니다.

애절하지만숨을 크게 들이킨 다음 몸 안의 감정을 토해내듯 발산하는 식이 아니라, 편한 자세에서 몸의 힘을 죽 빼고 부르는 듯 가볍다. 3집 이후R&B에 매달려온 그의 전작들과 비교해도 한결 유연하다.

‘Baby Baby’는흔히 듣는 발라드와도 다르다. 쉽게 귀에 들어오는 것이 발라드이지만, 조규찬의 새 노래는 그렇지 않다. 대개의 발라드가 기승전결이 뚜렷한 데 반해 ‘Baby Baby’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뉠 뿐이다.

그것도 클라이막스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꽂히는’ 데 없이 밋밋하다. 어렵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여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자기 노래, 자기 음악에 대해 말로 설명할 줄아는 가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가요계에서 조규찬은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전부 혼자 해낸다 (대만 가수 데이비드 타오의 곡인 ‘Baby Baby’는 그가 처음 부른 남의 노래).

조규찬은 “요즘은 R&B도 탈장르화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Baby Baby’는 변형된, 또는 컨템포러리 R&B인 셈이다.같은 맥락에서 그는 “보컬 역시 ‘R&B니까’가 아니라 뉘앙스를 살리는데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노래했다”고 말한다.

솔로와 코러스가 엇갈리며 진행되는 구조,멜로디 자체의 리듬이라는 근본에 충실하기만 하다면 R&B를 부르는 방법은 여러가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장르적 관습에 얽매일 필요는없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다시 들으면 처음 들을 때의 낯설음은 즐거움으로 변한다. 조규찬이라는 가수의 고집과 노력을 듣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댓글목록

박근원님의 댓글

박근원 작성일

전 친구의 권유(?)에 못이겨 6집을 듣는 내내.. 규찬님에 대해서 아는거라곤.. '조규찬'이란 이름밖에 모르던 시절...정말 편하게 부르시는줄 알았는데... 인터넷을 통해 규찬님 노래부르시는 것을 본 후 정말 노래를 아끼시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정성을 다해 부르시는 모습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