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앨범 '기톨로지' 낸 조규찬 - 한겨례 (200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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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10000412005051802436014.jpg\" \'기타학\'…\"여백의 미 연구합니다\"

조규찬(34)의 여덟번째 앨범 제목 <기톨로지>는 기타에 학문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로지(-logy)\'를 섞어 만든 낱말이다. 그가 오는 21~22일 서울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이 ‘야심 찬’ 제목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기타의 여러 갈피를 펼쳐 보일 계획이다.

\"\'기타학\'이라니 교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죠. 나름대로 기타가 표현할 수 있는 여러가지 소리를 풍부하게 담으려 노력했어요. 3~7집에서 썼던 컴퓨터 사운드는 거의 뺐어요. 아르앤비 앨범을 내온 저에겐 일종의 전환점인 셈이죠.\"

11곡을 모두 듣고 나면 앨범 제목이 허풍이 아님을 짐작하게 된다. \'잠이 늘었어\'는 서정적인 기타가 섬세한 가성을 뒷받침한다. 이에 비해 \'돈트\'는 훨씬 묵직하다. 넘실거리는 선율을 따라 흐르다보면 어느새 6분이 지나 있다. \"노래가 단절된 상품이기 보다는 두고 두고 교감할 수 있는 것이 되길 바랐어요. 길다고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규격을 깨는 작업의 한 방식이에요. 앞으로 점점 더 유연해질 거예요.\"

깊은 울림을 지나고 나면 \'생각에 잠기다\'나 \'원숭이 사냥\'같이 깔끔하게 튕기는 기타 소리를 만나게 된다. 키보드와 주고 받는 담백한 음색이 비틀즈의 노래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음악은 경험의 결실\"이라며 \"앞선 세대가 이뤄놓은 바탕에서 자기만의 \'변종\'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엔 앞만 보고 걸었어요. 요즘엔 천천히 두리번거리고 싶어요. 그런 느낌과 통하는 게 ‘손 맛’이 느껴지는 악기에요. 여유, 여백을 그리려고 했어요.\" 16년 음악생활을 돌아 기타 주변을 맴도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손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10곡과 함께 \'따뜻했던 커피 조차도\', \'베이비 베이비\' 등 그의 예전 인기곡들로 채워진다. 이번 앨범에 담긴 \'이봐 내 여행의 증인이 되어줘\'라는 노래 제목처럼 이 공연에서 그의 변화의 증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1588-1555.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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