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뮤지컬…‘무비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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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007-01-20 12:39]
영화와 뮤지컬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몸을 섞는 연인과 같다. 특히 영화와 뮤지컬을 우리시대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낸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에서 두 장르의 이종교배(異種交配)를 목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즈의 마법사’ ‘사운드 오브 뮤직’ ‘시카고’ ‘렌트’ 같은 작품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라면, ‘토요일 밤의 열기’ ‘메리 포핀스’ ‘빌리 엘리어트’ ‘가위손’ 등은 영화를 원작으로 한 히트 뮤지컬들이다.
임순례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와이키키 브라더스’(2004년)처럼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제작이 조심스럽게 타진되고 있다. ‘맘마미아’의 성공 이후 ‘달고나’ ‘동물원’ 등 대중가요를 소재로 한 ‘팝 뮤지컬’이 봇물을 이뤘던 것처럼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즉 ‘무비컬’(movie+musical)의 등장이 올 한 해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무대화를 위해 기획·제작되고 있는 무비컬은 대략 5∼6여편. 이미 공연장 대관까지 끝내고 초연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도 3∼4편에 이른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낼 작품은 문근영·박건형 주연의 ‘댄서의 순정’(3월29일∼7월1일·백암아트홀)이다. 뮤지컬 스타 박건형의 스크린 진출작이기도 한 ‘댄서의 순정’은 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개봉 당시부터 뮤지컬 제작이 거론됐던 작품으로 문근영이 열연했던 여주인공 채린 역에 그룹 SES 출신의 유진, 뮤지컬배우 양소민이 더블캐스팅돼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를 만들었던 ㈜컬처캡미디어가 직접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다.
엄정화·장진영 주연의 ‘싱글즈’(6월28일∼9월2일·동숭아트센터)도 뮤지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메이저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FNH와 협력관계에 있는 악어컴퍼니는 뮤지컬 관객의 대다수가 20∼30대 싱글 여성이라는 점에 착안, 여성 관객의 호응을 얻었던 ‘싱글즈’의 무대화를 추진해왔다. 악어컴퍼니측은 극중에서 엄정화와 장진영이 각각 맡았던 동미와 나난 역에 가수 엄정화와 그룹 자우림의 김윤아를 캐스팅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캐스팅이 완료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밖에도 이병헌·전도연 주연의 ‘내 마음의 풍금’(7월20일∼9월2일·호암아트홀)을 비롯해 박중훈·최진실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11월·장소 미정), 권상우·하지원 주연의 ‘신부수업’(뮤지컬 제목은 ‘여자를 내려주세요’·12월·장소 미정) 등도 올해 안에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컨페션’의 쇼틱이 제작하는 ‘내 마음의 풍금’은 신예 극작가 이희준과 가수 겸 작곡가 조규찬이 극본 및 작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난타’의 PMC프로덕션이 기획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신부수업’ 등도 현재 작품의 뼈대를 구축할 작가와 작곡가를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신부수업’은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여가수 BMK가 직접 만들고 부른 ‘여자를 내려주세요’ ‘내 마음에 들어오지 마세요’ ‘웨딩드레스’ 등 총 21곡의 OST가 있어 뮤지컬로의 변신이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두 편의 무비컬을 준비하고 있는 PMC프로덕션 이선영 팀장은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도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국내의 경우 창작뮤지컬이 활황 국면을 맞으면서 다양한 소재 개발을 위해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영화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을 제작하고 있는 김종헌 쇼틱 대표도 “영화와 뮤지컬의 크로스오버는 양질의 영화자본이 공연산업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일종의 신호탄”이라면서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는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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