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의 꿈 이뤄 행복”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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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007-04-26 17:33]
수줍음 많은 열네살 소녀는 날마다 꿈을 꿨다. 뮤지컬 배우가 돼 춤추고 노래하는 꿈. 소녀는 어떤 날은 공주가 됐고 어떤 날은 요정이 됐다. 고교시절에는 친구들 앞에서 팝송을 곧잘 불렀다. 입시준비로 삭막하기만 했던 교실 안에서 모처럼 웃음소리가 넘쳤다.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더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 욕심에 조심스럽게 내놓은 첫 음반.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허전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언제 이루어질까?’
2002년 데뷔곡 ‘주 템므’를 선보이며 가창력을 인정받았던 가수 해이가 뮤지컬 배우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는 현재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옛 신시뮤지컬극장)’에서 공연중인 창작뮤지컬 ‘첫사랑’에서 주인공 선이 역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첫사랑’은 지난해 ‘벽을 뚫는 남자’에 이은 두번째 작품이다. 한때는 ‘가수 소이의 언니’, ‘가수 조규찬의 아내’로 더 유명했던 해이. 결혼 후 예쁜 아이까지 낳은 뒤에야 어린 시절 꿈을 이룬 그를 만나보았다.
■“전 많이 부족해요, 선배들 덕이죠”
해이는 디즈니 동화책에 빠져살던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를 동경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그는 그 꿈이 현실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노래 잘한다는 칭찬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게 됐고 우승을 했다. 당시 진행자였던 이문세와의 인연은 여기서 시작됐다.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문세에게 ‘작은 역이라도 좋으니 무대에 서게 해달라’고 졸랐다. 이문세는 뮤지컬 대선배인 남경주를 소개시켜줬고 본격적인 교습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저에겐 정말 큰 행운이었어요. 본인 활동만으로도 바쁠텐데 6개월 동안 꾸준히 가르쳐준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남경주 선배가 저에게 항상 강조했던게 뭔지 아세요? 바로 ‘딕션(발음)’이었어요.”
그래서일까. ‘첫사랑’을 보는 관객들마다 해이의 정확한 발음을 장점으로 꼽는다. 타고난 음색이 맑아 그렇겠거니 했는데 대선배의 그런 가르침이 있었던게다.
“‘첫사랑’ 출연이 결정된 후엔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요. 잠이 안와서 새벽 2시까지 혼자 연습했던 날들이 많아요. 어색하다는 평을 들을까봐 얼마나 두려웠는데요.”
겁을 먹을만하다. 첫 작품인 ‘벽을 뚫는 남자’에서도 주연을 맡긴 했지만 ‘첫사랑’의 선이 역은 그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극중에 황자두 역으로 나왔던 선배(임철형)는 저에게 정말 많은 걸 가르쳐주셨어요. 아예 개인과외를 해주셨죠. 제 부족한 연기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모두 노련한 선배들 덕이에요. 선이라는 역할도 저를 돋보이게 해줬구요.”
말끝마다 ‘∼덕분이에요’를 붙이는 그. 뭐가 그렇게 고마울까 싶어 맑은 눈을 들여다봤더니 찡긋하고 웃는다.
■노래만 좋다면 어떤 변신이라도 좋아
‘첫사랑’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조정석은 해이보다 두살 아래다. 그런데도 해이가 마냥 동생같고 귀엽단다. 그도 그럴 것이 뽀얀 피부에 애교있는 눈매가 도무지 아기엄마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앳되다. 이런 인상 덕에 선이 역에 딱 맞는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어리게 봐주시면 저야 고맙죠. 순수한 선이 역에 제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선이를 보면서 ‘쥬 템므’를 기억해주시는 팬들도 많고.”
하지만 지금의 이미지가 훗날 연기 변신에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도 됐다. 만약 그에게 거칠거나 노출이 심한 역이 주어진다면 잘 해낼수 있을지 물었더니 단호하게 답한다.
“전 사실 노래만 맘에 들면 어떤 배역도 좋아요. 가수 해이는 밝은 노래만 불렀지만 무대 위의 해이는 180도 변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거에요.”
당차게 말하는 걸 보니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뮤지컬 배우 해이가 갖는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일까.
“전 반짝하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 자체에 충실하고 싶어요. ‘첫사랑’에서 제 어머니 역할을 하셨던 홍성경 선배님 기억하시죠? 전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답니다. 제가 특별히 내세울건 없지만 그런 마음가짐이란건 말씀드리고 싶어요.”
말은 겸손하게 하지만 포부는 옹골차다. 그래서 더 격려해주고픈 배우다. 이제 두 작품을 했으니 앞으로 해야할 작품이 더 많다. 어릴때부터 갈망했던 꿈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그 열정 그대로 담아 오랫동안 지지 않는 꽃이 되길 기대해본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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