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록&論]80,90년대 싱어송라이터 하덕규·조규찬 재기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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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의 록&論]80,90년대 싱어송라이터 하덕규·조규찬 재기 음반

1997.09.07 (일) 00:00

함춘호의 환각적인 슬라이드 기타음를 배경으로 깔고서 \"그대는 나의 짙
은 슬픔을 흔들어 깨워 환한 빛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라고 하덕규가
읊은 것은 86년 봄이었다.

\'시인 (市人) 과 촌장 (村長)\' 이라는, 다소 기이한 이름의 듀오 그룹
을 통해 (그때는 두명이 이룬 팀이 유행했다) 신선한 내음을 유감없이 뿜
어낸 이 싱어송라이터는 한장의 앨범을 끝으로 유명을 달리한 유재하와
더불어 들국화.김현식이 굵게 기록하기 시작한 언더그라운드의 영광시대
에 섬세한 터치를 덧붙였다.

그리고 89년 유재하를 추모하는 신인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에서 자신
이 만든 \'무지개\' 라는 노래로 그랑프리를 받고 이듬해인 90년 \'새바람
이 오는 그늘\' 이라는, 역시 특이한 이름의 트리오 밴드의 앨범을 통해
데뷔한 조규찬의 네번째 솔로 앨범이 여기 있다.

하덕규와 조규찬, 어쩌면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그러나 80년대와
90년대라는 다른 시대의 호흡을 반영하고 있는 두 싱어송라이터의 신작
은 스타 시스템의 아수라장 속에서 예전에도 그랬듯이 목청을 높여 주장
하는 주접을 떨지 않는다.

하덕규는 80년대 후반부터 종교적인 영감으로 가득한 일련의 앨범을

표했고 그가 \'믿음\' 의 명상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그만큼 대중들과는 조
금씩 멀어지고 잊혀져갔다.

그런 그가 이번 앨범 \'집\' 의 서두에서는 눈을 부릅뜨고 \'경제성의 이
데올로기\' 에 대한 질타와 분노의 언어를 토해낸다.

바로 \'이 날에\' 라는 노래다.

그러나 나머지 트랙은 다시 경건한 교회에 앉아 기도하고 묵상하는 그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린다.

두번째 앨범부터 시인과 촌장에서 발아한 몽환적인 상상력에 흑인음악
의 강렬한 리듬감을 교배시켜온 조규찬의 신작이 꼭 5분에 이르는 \'비둘
기야 비둘기야\' 로 여는 것 또한 재미있다.

차세대의 대표주자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93년의 데뷔 앨범 이후 사실
상의 흥행 실패를 거듭했던 이 불우한 재기 (才器) 는 넥스트의 기타리스
트 김세황이 득의 (得意) 의 기타연주를 보여주는 이 한곡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한다.

하덕규의 신작이 그랬듯 조규찬의 이번 앨범도 두번째 트랙부터는 이상
하게도 자신의 음악적 고정관념으로 되돌아간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발라드와 힙합의 리듬들. 8부 능선에서 멈춘 이
두 앨범이 바로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초상인 것 같아 안타깝다.

강헌 <대중음
악 평론가>





댓글목록

윤주현님의 댓글

윤주현 작성일

강 헌님이.. &quot; 권태기에 즈음하여 &quot; 를  놓치신 거 같아 안타깝네요.^^

김종오님의 댓글

김종오 작성일

평론가다운 글이군요 여러가지 가식에다가 몇가지 양념의 한문들 강헌님의글도
 8부능선에서 멈춰버린듯....그리고 평론맞아요? 이글이....

조승현님의 댓글

조승현 작성일

음..이글을 읽은적이 있어요.. 내가 생각할땐.. 규찬님의.. 보컬의 변화만 읽더라도..
 언제나.. 앨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기사에 대해.. 전혀.. 공감못하는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