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찬님 6집 나왔을때 기사에여~*^^* 끝에 안치환님이랑 윤종신님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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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생인 조규찬은 89년 제1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무지개’란 곡으로 금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같은 해 1집을 발표했던 김현철이 가져왔던 파장에 비견되는 그의 등장은 당시 가요계에 놀라울만한 실력을 지닌 무서운 신예의 부상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이듬해인 90년엔 김정렬, 이준과 함께 새바람이 오는 그늘로 활동하며 조규찬의 음악적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귀로’로 강변가요제에 입상했던 박선주와 함께 부른 ‘소중한 너’(‘92년)를 들어보면, 두 걸출한 보컬의 팝적인 감각이 초기에도 이미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93년 첫 번째 솔로 앨범 [따뜻했던 커피조차도]로 솔로로 데뷔한 그는 이후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해가며 포크와 록, 발라드에 소울과 R&B를 아우르는, 다양한 색깔을 혼합한 조규찬의 음악을 형성해간다.

조규찬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빼어난 보컬리스트이다. 그의 목소리가 지닌 다양한 색깔들은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음악적 재능의 원천이다. 조규찬은 코러스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음감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하기에 수없이 많은 다른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에 더욱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그와 함께 작업해왔으리라.
그의 또다른 이름은 작곡가이다. 새삼스럽지만 조규찬은 빼어난 싱어송 라이터이다. 이미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그는 장필순, 변진섭, 박학기, 김현철 등에게 곡을 주는 작곡가이기도 했다.
89년 데뷔 이후 5년만에 내놓은 1집(94년) 이후, 그는 가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내놓는 앨범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고, 라디오와 케이블 TV의 음악프로를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워너뮤직에서 발매한 3집 [충고 한마디 할까]와 4집 [비둘기야 비둘기야]는 그의 음악적 재능이 이미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앨범들이었다. 사색적인 포크, 차분한 발라드는 물론 강렬한 필을 선보이는 R&B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가능성이었던 그의 음악적 재능이 현재진행형으로 활발하게 펼쳐졌다. 선배 가수 박학기와 함께했던 수차례의 듀오 공연도 의미 깊은 일이었으며, 이소라, 이승환, 윤종신, 공일오비, 토이, 이문세, 강수지 등 수많은 가수들의 앨범에 작곡가와 코러스로 참여하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마음껏 펼쳐왔다(특히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에서의 그의 코러스는 압권이다!). 최고의 보컬리스트로서의 그의 역량은 양파, 김현성, 진주, 이기찬 등 주목할만한 후배가수들의 재능을 최고조로 이끌어내는데에 이르렀다.
작곡가 김형석의 앨범에 자신의 두 형인 조규천, 조규만과 함께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부르며 조트리오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조규찬은 98년과 2000년 조트리오의 이름으로 두 장의 앨범을 내놓으며 싱어송라이터 3형제의 절묘한 화음으로 가요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도 했다.
전작 [상어]에 이어, 그에게 있어 6번째 솔로 앨범인 [해빙]은 더욱 깊고 넓어진 조규찬의 음악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앨범 수록곡 거의 전부를 조규찬이 직접 작사,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음악적 색채에 있어서는 포크와 록적인 측면이 퇴색하고 발라드와 소울, R&B의 색채가 더욱 가다듬어져 있다. 타이틀곡-이자 이 앨범에서 유일한 번안곡-인 ‘Baby baby’에서 이러한 경향은 확연히 드러난다. 앨범 전반에서 드럼을 될 수 있는대로 배제하고 베이스로 톤을 유지하고 있는 점, 기타와 키보드를 전반적으로 활용하며 부천시향이 연주한 스트링라인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최소한의 악기 편성으로 충분히 비워진 공간은 조규찬의 천의무봉한 목소리와 수려한 코러스 라인이 차지하고 있다. [해빙]을 들으면서 우리가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가장 인간의 본연에 가까운 사람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노래에 자신있는 뮤지션이 아니라면 시도하기 힘든 일이다.


가사의 측면에 있어서도 조규찬의 특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가슴 벅찬 사랑과 눈물겨운 이별의 순간을 노래하는 것은 일반적인 대중음악의 공통된 주제이지만, 조규찬의 노래에서는 그 감정의 흐름을 절묘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또한 다층적 의미의 상징적인 가사들도 여전히 하나의 구조를 이루며 앨범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앨범의 중반과 종반에 자리잡은 곡들인 \'울타리(family)\'와 ‘∽(무한대)’, ‘기도’, ‘취했다는 증거’은 강한 비트가 인상적인 넘버들이다. The Godchild가 만들어낸 비트 위를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조규찬의 보컬은 래프팅의 짜릿함을 방불케 한다. ‘비가’와 ‘Kiss\', ‘이럴 때 생각나’ 등에서 만날 수 있는 환상에 가까운 멜로디는 작곡가로서의 뛰어난 팝적 감각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곡이다. 마지막 트랙인 ‘조난’에서는 다소 색다른, 더욱 깊고 넓어진 조규찬의 목소리와 조우하게 되는데, 그가 북클릿의 마지막에 적어놓은 Epilogue와 깊은 연관을 지닌 곡으로, 김동률과 토이의 몇몇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으로 다가선다.
조규찬-을 비롯한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의 음반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앨범을 듣는 기쁨이다. 두어곡 정도만 들을만한 음반이 아닌, 앨범을 걸어놓고 계속 반복해서 들어도 좋은 앨범을 만난다는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조규찬의 [해빙]은 커다란 기쁨을 담고 있는 소중한 음반이다.

안치환, 윤종신, 조규찬은 바로 이런 90년대를 헤쳐온 가수들이다. 이들은 변치 않는 신념으로, 음악적 성숙 또는 그들의 음악을 사랑했던 팬들을 좇아 다양한 음악의 색채를 선보이며 살아남았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막다른 길에 몰린 듯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낼 것이다. 견고해보이는 10대 편중의 대중음악시장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으로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의 음악을 지지하는 팬들이 있는 한 뮤지션은 영원하다. 인생의 쓴맛단맛 다봐버린 아저씨(?)의 음악이지만, 그들의 음악에는 세월의 흐름에도 무뎌지지 않은 의식과 감각이 숨쉬고 있다. 오히려, 오랜 기간 동안 그들이 겪어왔던 기쁨과 사랑, 분노와 고독 등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보다 숙성된 음악으로 승화됨으로써, 그들의 음악을 아끼는 사람들을 더욱 기쁘게 한다.
모든 길의 끝은 다시 길로 통한다. 그 막힘과 새로운 열림을 아는 중견 남성 뮤지션 3인 안치환, 윤종신, 조규찬. 그들에게는 빠르고 격한 열정과 시간을 조절할 줄 아는 여유가 공존한다. 새파랗게 젊디 젊은 가수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음악을 듣는 것은 그윽한 감칠맛이 절로 느껴지는 행복한 감상이다.


한여름의 무더위에 깊고 서늘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들의 앨범들을 만나는 것은, 매우 행복한 경험이 될 것이다.



댓글목록

류수정님의 댓글

류수정 작성일

  너무 너무 행복한 경험이죠~

황선주님의 댓글

황선주 작성일

  동감이에요...^^

원소은님의 댓글

원소은 작성일

  [wonso]쓴맛 단맛 다 본 아저씨..;;;
            난 아저씨가 좋아

김홍인님의 댓글

김홍인 작성일

  저도 동감..^^잘읽었어요~~